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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을 다짐하다._1편_함께 하는 생활에서 행복을 찾다.

남자 친구, 친구와 시골로 떠나기로 약속했다. 올 겨울-내년 초에, 폐가 하나 사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내 계획은 함께하는 생활의 즐거움을 알면서 시작되었다. 19년 겨울. 하영이네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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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대신 귀농_2편_내가 행복한 '생활'에 대해 고민하다. (feat. 루틴 만들기)

> 지난 이야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삶에 내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목표인 나의 다이어리 사업을 하던 중 누군가의 질책으로 힘든 시간을 맞이했다. 귀농 대신 귀촌_1편_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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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야기

극심한 스트레스로 일상이 무너졌고, 살아나기 위해 규칙적 생활과 루틴을 만들었다.

내게 맞는 루틴을 찾아가는 게, 나에 대해 더 많이 알도록 도왔고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친구들과 함께하고, 내 일상을 만들어가며 나는 생각했다.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내 루틴을 유지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나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행복이고,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내 삶에 가져올 것인가로 귀결된다.

지난 1~2년간 다이어리로 성공해서 친구들과 살 집을 서울 근교에 지어 살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이어리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서울 근교의 집/땅값은 말도 안 되게 비쌌다. 지금 당장 내 수익은 알바 수익밖에 없었기에,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 계속 상상하는 것만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같이 사는 일상에 내 확실한 행복이 있기에 포기하진 않았던 것 같다.

 

 

우연히 나는 책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를 읽게 되었다. 책 내용에 내 생각을 좀 더 해 말하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가 고효율, 고성장을 추구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맞지 않다는 주장을 기반으로 생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실천할지 알려준다. 분업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큰 목적을 위한 부속품으로 살아가고 있고 일 하는 과정에서 결과를 실감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본 생산의 수단으로 전락된 우리는 무기력한 채 삶의 목적을 잃고 살아가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과소비하며 살아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수동적 삶을 끊어내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생업'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생업이란, 우리 일상에 좀 더 면밀하게 닿아있고, 필요한 만큼 벌고 쓰며 내가 하는 일을 '실감'할 수 있는 일이다. 내 일상 속에서 고치거나 만들 수 있는 것을 찾아 시도하고, 규모를 조금 키워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돈도 버는 일.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고 만듦으로써 소비를 줄이는 일. 소비자와 1:1로 마주하며 나의 활동이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체감하는 일. 그럼으로써 우리는 살아가는 능력 자체를 키우고,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인간으로서 좀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책 속에서는 생업 사례로 주고 시골을 예로 들고 있는데, 너무나도 재미있어 보였다. 화덕? 빵 같은걸 굽기도 하고 시골의 다양한 일손도 돕고 일 년에 한 달 몽골 실제 체험도 가며 생업을 만들어간다. 모든 생업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나와 타인에게 알리고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결코 업이 생활을 지배하게 두지 않고, 자신의 일상에 맞춰 꾸려나간다.

 

읽는 내내 뇌가 말랑말랑 해지며 이거다!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아직 취업하지 않은 유일한 친구인 하영이에게 전화했다.

"하영. 방법을 찾았어..!"

"??"

"우리가 함께 살 방법! 시골집이야 시골집..!!"

"헐! 시골집 사서 리모델링해서 팔자! 난 그 과정을 유튜브로 담을게."

"좋아. 난 다이어리 하면서 블로그 할게"

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떠난다는 사실 자체에는 만족하지만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나는 시골에서 함께 살며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지만 하영이는 돈 버는 것에 좀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 목적이 다르면 좀 어려울 것 같지만 오히려 다채로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잘 맞춘다면 즐겁게 생활하며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하영이랑 같이 시골집 사서 리모델링하면서 같이 사는 거 어때?"

"좋아!"

(이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자세한 건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이렇게 우리 셋은 귀촌을 결정했다. 귀촌 이후의 삶은 정해진 것도, 쉬운 것도 없을 것이다. 내년 1월에 우리가 가진 돈은 천만 원이 채 안 될 것이고, 시골집을 리모델링한다는 꿈은 우회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도,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한 달 정도 같이 생활해봤고, 같이 있다면 확실히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시간을 즐기며 루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힘들더라도 즐겁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애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나는 시골 생활을 생각하며 꿈꾸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고, 너무나도 기대되고, 우리의 현실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내 욕망을 들여다보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내가 어디서 행복을 느끼는지 찾아냈고, 실현할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이 좋다.

내가 만약 나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느낄 기회가 없던 상태에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를 읽었다면 지금처럼 꿈을 꾸진 못했을 거다. 경험이 없기에 확신할 수도 없을 테고 친구들도 그렇겠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꿈을 이루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내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길을 걷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무너진 일상과 몸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힘든걸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게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삶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그 꿈은 이루지 않는 편이 내겐 더 좋다. 꿈보단 일상 속 행복이 우선인 사람으로서, 꿈을 찾게 될 거라곤 생각해보지 못했다. 꿈을 찾으려면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고, 난 딱히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경험한 행복한 시간을 내 인생 전체에 적용하고 싶다는 욕구를 놓지 않았다. 일상 속에서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했을 뿐이다.

이건 마치 꿈이 만들어지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경험한 것 같다. 꿈이나 하고 싶은 게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대신, 일상 속 내 행복을 좇아가는 방법. 내게 행복한 순간에 대한 시도와 노력의 조각을 모으는 것. 다른 사람의 살아있는 경험과 이야기를 참고 삼아 내 파편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모아 형태를 잡아가는 것. 과정도 결과도 행복할 수 있는 꿈을 찾는 방법(아직 제대로 실행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신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일상 속에서 행복한 방법을 알기에,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결과를 내지 않아도 그 과정 자체로 즐겁고 괜찮은. 과거에서 찾은 조각으로 현재와 미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이 느낌. 기분 좋은. 확신에 찬. 

놓치지 않고 시골집에서 함께 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귀촌을 다짐하다] 시리즈 마무리.

[귀촌을 꿈꾸다] 시리즈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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